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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샤인 작성일11-07-01 15:04 조회3,0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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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사냥 / 김세환 목사
 
 
오래된 짐들을 정리하다가 '결혼예식'이라고 쓰여진 촌스러운 비디오 테이프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짚어 보니 제 것인 것 같았습니다. 묘한 궁금증을 가지고 테이프를 틀어보니, 탱탱한 젊음을 가진 과거의 낯 익은 젊은이가 상기된 표정으로 결혼식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상대는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여자'의 젊은 시절 모습입니다. '그래, 우리 마누라가 저렇게 생겼었지!'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촌스러운 모습에 어색하기만 한 몸짓이 영락없는 우리 부부의 젊은 자화상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많이 시들어 버렸는데, 과거의 영상 속에 사로잡힌 파릇파릇한 두 부부는 조금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희희낙락하고 있었습니다. 지나간 과거는 대부분 흐릿한 기억 속으로 잊혀져 버리는데, 용케도 카메라 속에 사로 잡힌 과거의 두 부부는 영원히 늙지 않고 싱그럽게 웃고 있었습니다. 과거가 '영원한 현재' 속에 사로 잡힌 것입니다. 미래에도 그들은 과거의 모습 그대로 영원한 현재를 살아 갈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시들어 간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서글퍼 합니다. 그래서 과거의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토록 간직하고 싶어합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녹화기로 영상을 담습니다. 연인들은 돌맹이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겨 넣으며 사랑이 영원할 것을 소망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주름살 제거 화장품을 바르고, 보톡스 주사를 맞고, 칼로 자르고, 톱으로 썰면서 성형수술이라는 몸짓 절규를 통해 '시간'과의 처절한 싸움을 벌입니다. 소위 '시간사냥'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바람 같은 시간을 붙잡고 싸우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람이 시간을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사람을 사냥합니다. 소중한 기억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물을 몇 조각 건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싸운 싸움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삼세(三世)의 정신'을 가지고 꽃을 가꾼다고 합니다. 삼세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의미합니다. 꽃꽂이를 하거니 정원을 꾸밀 때 반드시 이 시간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도록 만든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분재(盆栽)의 기술은 잔인할 정도로 이 삼세의 정신을 잘 반영합니다.

한번은 어느 화방(畵房)에서 300년이 넘은 고사리 같은 소나무를 조그마한 화분에 분재해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미래에도 현재와 같은 모습을 유지할 과거의 나무'를 보면서 철저하게 시간을 사로잡으려는 인간의 지혜와 탐욕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목회를 하다 보면, 두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시간에 사로 잡힌 사람들과 시간을 사로잡은 사람들입니다. 시간에 사로 잡힌 사람들은 어느 한 순간부터 과거의 이야기만 되풀이합니다. 그것이 아픔의 기억이었든지, 아니면 화려한 영광의 추억이었던지 상관없습니다. 그 당시에 받은 충격이나 희열을 고스란히 끌어 안고 그 상황을 늘 곱씹으며 과거에 매여 살아갑니다. 아주 재미없는 앵무새와 같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사로 잡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분들은 항상 새롭습니다. 대화의 내용이 항상 진취적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노인 중의 한 분은 이미 일흔 중반의 연세를 지나면서도 만나면 항상 신선합니다. 이 분과 만나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미래의 되어 질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과연 이분이 노인 맞나?' 싶을 정도로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그 분과 있으면 제일 먼저 그 분이 어떤 과거의 삶을 살았을지 훤히 보입니다. 시간을 사로 잡은 분입니다.

순간순간 주어지는 시간은 최선을 다해 살아야 다음 단계의 시간을 새롭게 맞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 최고의 사도인 사도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형제들아! 나는 오직 한 일, 뒤에 있는 것은 잊어 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달려가노라!” (빌립 3:13-14). 주어진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이 시간을 지배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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